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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역사]<논쟁으로 읽는 한국현대사>: 역사를 깊이 성찰하다

by 사색러너 2024. 10. 18.

1. 저자

김호기 교수박태균 교수는 각기 사회학과 역사학을 전공한 전문가들로, 이 책에서 두 학문을 결합해 한국 현대사에서 발생한 주요 논쟁을 다룹니다. 김호기는 사회학자로서 주로 학문적 담론을 분석하고, 박태균은 역사학자로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논쟁을 기록했습니다. 두 학자의 협업을 통해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그에 대한 이론적 논쟁들을 폭넓게 다루며, 독자에게 한반도의 역사를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필자는 박태균 교수를 <알릴레오 북스>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고,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2. 저술 배경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이들은 그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조지 산타야나의 말처럼, 역사는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중요한 교사입니다. 《논쟁으로 읽는 현대 한국사》는 지난 70여 년간 대한민국 사회에서 벌어진 다양한 논쟁을 중심으로 현대사를 조망합니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건과 논쟁, 보수와 진보 간의 주요 갈등, 그리고 현재적 의미가 큰 논쟁을 선정해 다룹니다. 특히 이 책은 김호기와 박태균이 각기 다른 시각에서 사건과 담론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합해 현대 한국사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학자답게 균형적으로 논쟁적 사건들을 균형있게 다루는게 인상적입니다.


3. 내용: 주요논쟁들

책은 1945년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주요하게 논의된 40개의 논쟁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 주요 논쟁을 소개합니다.

 

분단 원인 논쟁에서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간의 분단이 외세의 정책으로 인한 것인지, 혹은 내부 정치 세력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인지가 주요 쟁점입니다. 외인론은 냉전과 미소의 대립을, 내인론은 국내 정치적 갈등을 강조합니다. 이는 오늘날까지 분단의 책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와 맞물린 논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학 논쟁은 민족 문학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당시 문학은 단순한 예술적 활동을 넘어, 국가와 사회 건설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계급 문학과 순수 문학 간의 갈등은 민족 문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 논쟁에서는 1948년 유엔이 대한민국을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한 결의안과 그 후 변화된 국제적 환경이 다룹니다. 특히 1991년 북한의 유엔 가입 이후,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 문제는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정통성과 합법성이 어떻게 구축되고 변화해왔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친일파 청산 논쟁은 해방 후 친일파가 어떻게 처벌되지 않고, 다시 권력을 잡게 되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는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역사적 해석, 특히 식민지 근대화론과 연결되면서 친일 청산에 대한 정치적 갈등을 낳았습니다.

 

한국전쟁 원인 논쟁에서는 누가 먼저 전쟁을 일으켰는가에 대한 논의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1990년대 중반 소련 문서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남침론, 북침론, 남침 유도론 등이 대립했으나, 김일성과 스탈린의 대화록 공개 이후 북한의 남침이 전쟁 발발의 직접적인 원인임이 확인되었습니다.


4. 느낀 점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논쟁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복잡한 측면을 풀어내는 시도입니다. 저자들은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쟁을 통해 독자가 역사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  특히 각 논쟁의 배경에는 정치적, 사회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해석과 수용이 현재와 미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일깨룹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과 관련된 논쟁입니다. 1948년 유엔의 승인을 근거로 대한민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했던 관점이, 1991년 북한의 유엔 가입으로 변화를 겪으며 교과서 내용에도 반영된 점은 한국 현대사가 국제적 맥락에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또, 친일파 청산문제와 관련 논쟁에 있어서도  식민지근대화론이라는 뉴라이트 중심의 역사관이 현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개인적으로 식민지근대화론이 "식민지 시기에 연구를 풍부해지도록 했다"는 대목이 있는데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러한 주장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탈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기 위한 시도일 뿐입니다.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을 호도하는 시도들은 거부되어야 합니다. 진실에 대한 물타기 입니다. 이러한 주장이 요즘 일본이 아니라 피해자 대한민국의 지식인들 층에서 회자된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낍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김호기와 박태균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이 책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훌륭한 책입니다. 《논쟁으로 읽는 현대 한국사》는 역사적 사실의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과 논쟁을 깊이 성찰하게 함으로써, 현대 한국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사의 쟁점들을 깊이 살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